THE NONEXPERT a view, not a verdict.

협상 결렬이 바꾸지 못한 것

정유사가 실제로 돈을 버는 구간이 지금 열렸는가, 아니면 비용 급등의 입구 앞에 서 있는가 — 미국과 이란의 첫 종전협상이 결렬됐다는 소식이 들린 직후부터 이 질문이 내내 머릿속을 맴돌고 있다.

이 글은 정유마진이라는 단 하나의 변수에 관한 이야기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배럴당 98달러까지 올라온 지금, 원·달러 환율이 1,485원대에 머물고 있는 지금, SK이노베이션이 영업으로 돈을 실제로 벌 수 있는지를 정유마진 하나만 붙들고 따져보려 한다. 배터리 얘기, 화학 얘기는 잠시 밀어두자.

유가 상승이 정유사 수혜로 자동 연결된다는 통념은, 사실 절반만 맞다. 원유 매입 비용은 달러로 결제되고 제품 판매 대금도 상당 부분 달러 기반이지만, 원화 환산 시점의 차이가 미묘한 손익 왜곡을 만든다. 원유를 구매하는 시점과 정제 제품을 판매하는 시점 사이에는 통상 3~5주의 시차가 있다. 유가가 빠르게 오를 때는 매입 원가가 시장가보다 낮게 고정되므로 마진이 부풀고, 반대로 유가가 꺾이면 재고 손실이 발생한다. 지금처럼 98달러에서 100달러를 위협하는 국면이 지속되면 재고 평가 이익이 단기적으로 실적을 부풀릴 수 있다.

그게 실제 현금흐름 개선인지는 별개 문제다.

마진 1달러가 흔드는 규모

지난번 호르무즈 봉쇄 국면을 분석할 때 정유마진 확대를 핵심 상승 논거로 제시했는데, 실제로 그 이후 WTI는 일시적으로 112달러대까지 치솟은 뒤 현재 98달러 권으로 내려앉았다. 마진 확대가 지속됐는지 여부는 아직 2분기 실적 발표 전이라 단언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유가 변동성이 예상보다 컸다는 점은 확인됐다.

정유마진(크래킹 마진)을 분해하면 이렇다. 크래킹 마진은 제품가(휘발유·경유·항공유 스프레드)에서 원유 도입 원가와 운영비(에너지·인건비·유지보수)를 뺀 값이다. 원유 도입 원가는 달러 결제이므로 환율이 개입한다. 현재 1,485원 환율에서 배럴당 1달러 원가 변동은 약 1,485원의 비용 변화를 의미한다. SK이노베이션의 정유 부문 일일 처리량을 전사 공시 기반으로 대략 80만 배럴 수준으로 추정하면, 마진 1달러 변화가 연간 영업이익에 미치는 영향은 4,000억 원을 상회하는 규모다. 배럴당 마진이 5달러 내외로 유지되는 국면과 3달러로 압축되는 국면 사이의 영업이익 차이는 연간 6,000~8,000억 원에 달할 수 있다. 단일 숫자로 표현하기 어려운 범위지만, 방향성은 뚜렷하다 — 마진 1달러 하락은 분기 영업이익 1,000~2,000억 원의 감소 압력을 만든다.

시장이 놓치고 있을 수 있는 부분이 여기에 걸쳐 있다. 협상 결렬로 호르무즈 봉쇄 리스크가 장기화하면 원유 도입 비용이 올라가는 동시에 제품 수요도 타격을 받는 상황이 동시에 올 수 있다. 공급 불안과 수요 위축이 동시에 진행되면 마진은 확대되지 않는다 — 원가 상승이 제품가 인상보다 빠를 때, 스프레드는 오히려 눌린다. 이 논거가 틀리려면 아시아 역내 정제 제품 수요가 원유 공급 차질 속도보다 더 빠르게 회복돼야 하는데, 2026년 상반기 글로벌 경기 흐름을 고려하면 낙관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가동률 조정이 여기서 변수로 등장한다. 원유 조달이 불안정해지면 정유사는 가동률을 낮춰 원가 노출을 줄이는 방어 전략을 쓴다. SK이노베이션이 울산 콤플렉스 가동률을 10%포인트 낮출 경우, 원가 절감 효과와 생산량 감소에 따른 매출 손실 중 어느 쪽이 더 큰지는 당시의 마진 환경에 달려 있다. 높은 마진 구간에서 가동률을 낮추면 기회비용이 크고, 낮은 마진 구간에서 낮추면 비용 방어가 된다.

협상 결렬 직후가 어느 쪽 구간인지는 아직 열려 있다.

121,500원이 말하는 것

현재 주가 121,500원, PBR 0.94배. 장부가보다 약간 낮게 거래되고 있다. 이익 정상화 과정은 산업의 구조적 변화보다는 단기적 유가 변동에 따른 경기 순환적 성격이 짙다. 배터리 부문(SK온)의 흑자 전환 시점과 정유 부문의 마진 방어가 동시에 이뤄져야 주가 재평가의 근거가 생기는데, 지금 주가는 그 두 가지 중 어느 하나도 확신하지 못한 채 중간 어딘가에 걸려 있는 것처럼 보인다.

향후 2~3분기 동안 WTI가 배럴당 90~100달러 구간을 유지하고 정유마진이 배럴당 4달러 이상을 방어한다면, SK이노베이션의 정유 부문 영업이익은 현재 컨센서스를 충족할 수 있다. 환율이 1,500원을 넘어 고착화하거나 제품 수요가 동시에 꺾이면 이 전제는 깨진다. 정유사의 단기 실적 개선 가능성은 이미 시장에 일정 부분 반영됐으나, 장기적인 원가 상승이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리스크는 아직 가격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솔직하게 모르겠다고 해야 할 부분이 있다. 원유 재고 확보 비용, 즉 선물환 헤지 비율과 현물 구매 비중을 외부에서 정확히 알기 어렵다. SK이노베이션이 얼마나 공격적으로 선물을 활용하고 있는지에 따라, 같은 유가 수준에서도 실제 원가 구조가 크게 달라진다. 이게 이 분석에서 가장 불투명한 구간이다.

WTI 4월 9일 종가 112.9달러. 4월 14일 98.0달러. 2주 안에 14달러 넘게 빠졌다. 이 변동폭이 정유사의 재고 평가 이익을 어떻게 바꿨는지는 이미 장부에 기록됐고, 그 숫자가 2분기 실적 시즌에 드러날 때 시장은 비로소 호르무즈 협상 결렬의 실질적 비용을 마주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