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은 지금 저평가 구간에 진입해 있다. 3개월 고점 69,500원에서 42,200원까지 밀린 39.3%의 낙폭이 영업이익 회복 흐름을 전부 되돌린다고 보기엔, 무언가 셈법이 맞지 않는다 — 적어도 영업이익 숫자만 놓고 보면.
한국전력 자체 수치부터 살핀다. 컨센서스 기준 올해 영업이익은 34,263억 원, 내년은 42,460억 원으로 증가 방향이 뚜렷하다. 주당순이익은 13,311원, 현재 주가수익비율은 3.26배. 내년 주당순이익 15,511원에 현재 주가를 대입하면 주가수익비율은 2.80배까지 내려간다. 주가순자산비율은 0.49배.
방향은 하나를 가리킨다.
영업이익이 개선되고 있다는 것, 이게 지금 한국전력에 주목할 이유의 출발점이다. 매출은 2025년 882,195억 원에서 올해 933,989억 원, 내년 974,293억 원으로 늘어나고 있고, 자본총계도 372,648억 원에서 493,229억 원으로 쌓이는 추세다. 부채총계가 2,024,502억 원에서 2,056,045억 원으로 소폭 증가했지만, 자본이 더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 구조적으로 다르다.
WTI 104.7달러가 전부를 바꾸는가
서부텍사스산원유가 배럴당 104.7달러라는 숫자를 꺼내들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한국전력의 전력 생산 원가 중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고, 유가가 이 수준에서 유지된다면 영업비용 증가는 불가피하다 — 이건 부정하기 어렵다. 거기에 원/달러 환율 1,485.5원이 겹친다. 에너지 수입 비용은 달러로 나가고, 수익은 원화로 들어온다. 환율이 1,400원대 후반에 머물면 연료비 부담은 단순 유가 상승분보다 더 크게 실적에 찍힌다. 전사 영업이익률과 동종 기업 마진 기준으로 역산하면, 유가 100달러대 지속 시 올해 영업이익률은 컨센서스 대비 5~8%p 하방 압력을 받을 수 있다. 이 범위가 현실화된다면 34,263억 원 컨센서스는 지켜지기 어렵고, 현재 가치평가의 저평가 논리도 일부 흔들린다.
유가 변수 하나가 논거 전체를 뒤흔들 수 있다.
그런데 시장이 이미 반영한 악재인지를 물어야 한다. 39.3% 하락이라는 숫자를 다시 본다. 2월 5일 67,900원이었던 주가가 4월 13일 42,200원까지 내려왔다. 두 달 남짓 사이에 시장은 25,700원어치의 가치를 삭제했다. 그 삭제된 가치 안에 유가 상승, 환율 부담, 외국인 이탈이 얼마나 들어가 있는지 — 이것이 지금 한국전력을 보는 핵심 질문이다.
요금 현실화율이라는 숨은 지렛대
여기서 섹터 맥락으로 한 발 물러선다. 유틸리티 섹터 전반이 글로벌 에너지 가격 상승 국면에서 원가 압박을 받고 있지만, 한국전력에는 구조적 특수성이 있다. 전기요금 현실화율, 즉 원가 회수율이다. 한국 전기요금은 오랫동안 실제 원가 대비 낮게 설정되어 왔다. 이 괴리가 한국전력 영업이익을 수년간 갉아먹었다. 역설적으로, 이 구조는 지금 상황에서 상방 변수가 된다 — 요금 현실화가 단 한 번이라도 단행되면 영업이익 개선 폭은 시장이 예상하는 것보다 가파를 수 있다. 요금 체계라는 정책적 요인이 얽힌 구조적 이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전력망 고도화 사업도 이 맥락에서 읽힌다. AI 데이터센터, 반도체 공장, 전기차 충전 인프라 — 국내 전력 수요의 성격이 바뀌고 있다. 산업용 고품질 전력 수요가 구조적으로 늘어나는 방향이다. 산업용 전기요금이 주택용보다 원가 회수율이 높다는 점에서, 수요 구성 변화는 영업이익률에 직접 영향을 준다. 글로벌 맥락까지 확장하면, 에너지 전환 국면에서 전력망 투자는 선택지가 줄어드는 영역이다. 미국, 유럽 모두 노후 전력망 교체와 재생에너지 연계 투자를 늘리고 있고, 한국도 이 흐름을 피해갈 수 없다. 전력망 투자 확대는 단기 자본지출 증가를 의미하지만, 중기적으로는 운영 효율 개선과 전력 손실 감소로 이어진다.
이제 가장 중요한 수치를 꺼낸다. 주가순자산비율 0.49배. 자본총계 493,229억 원에 0.49를 곱하면 현재 시장이 매긴 한국전력의 가치는 약 241,682억 원이다. 자본의 절반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한국전력의 주가순자산비율이 이 수준까지 내려온 건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섰던 2022~2023년 구간이었다. 당시와 지금의 차이는, 지금은 영업이익이 3조 4천억 원대에서 4조 2천억 원대로 올라가는 방향이라는 점이다. 주가순자산비율이 10% 개선되어 0.54배로 복귀한다면 주가는 약 46,500원을 향한다. 0.58배로 돌아가면 47,600원 수준이다.
향후 2~3분기 동안 전기요금 현실화가 한 차례 이상 단행되거나 유가가 90달러대로 내려앉는다면, 한국전력의 영업이익은 컨센서스를 상회하고 현재 주가순자산비율은 명백한 저평가로 재확인된다. 이 논거가 틀리려면 유가가 110달러를 넘어 지속되고 환율이 1,500원 이상에 고착되어야 한다. 그 경우 34,263억 원 영업이익 컨센서스 자체가 하향 조정된다.
4월 9일 하루 외국인 순매도 9,732억 원은 한국전력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유가증권시장 전체에서 빠져나간 숫자다. 42,200원에는 한국전력 고유의 펀더멘털 악화분과 글로벌 위험회피 심리가 뒤섞여 있다. 둘을 구분하지 않으면 현재 주가의 의미를 오독할 수 있다.
전기요금이 원가를 하회하는 상황이 몇 년째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시장이 습관적으로 한국전력의 구조적 약점으로 읽어온 동안, 그 동일한 사실이 요금 현실화 시점에 가장 큰 영업이익 지렛대가 될 수 있다는 반대 방향은 상대적으로 덜 가격에 반영되어 있다. 유가가 90달러 아래로 내려가지 않은 채로 요금 현실화도 지연된다면, 두 조건이 동시에 성립할 때 현재의 저평가 논리는 ‘싸다’는 것 이상을 증명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