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ONEXPERT a view, not a verdict.

삼성전자, 외국인 8일 연속 투매에도 176,300원 사수—ByteDance 수주는 구원투수인가 찌꺼기인가

시장이 두려움을 느끼는 방식은 항상 비대칭적이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8거래일 연속 매도 우위를 이어갔다. 삼성전자는 3월 27일 193,900원에 마감했다가 3월 30일 176,300원으로 내려앉았다. 하루 만에 9% 가까이 빠진 셈이다. 외국인이 떠난 자리보다 떠나는 속도가 더 불편한 숫자다.

그런데 내부를 뜯어보면 단순한 공황과는 결이 다르다. 같은 날 SK하이닉스가 더 큰 폭으로 하락한 반면, 삼성전자는 낙폭이 제한됐다. 메모리 전반에 수율 쇼크급 투매가 쏟아지는 와중에 삼성만 버텼다는 건, 팔려는 손보다 줍겠다는 손이 더 많았다는 뜻이다. 이게 진짜 체력인지, 아니면 낙수 효과를 기다리는 착각인지가 지금 핵심 질문이다.

ASML과 HBM4—두 개의 시계가 돌아간다

ASML이 발표한 극자외선 광원 기술 혁신. 핵심은 칩 생산량이 느는 게 아니라, 선단 공정을 실제로 돌릴 수 있는 업체에 낙수 효과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는 점이다. 삼성 파운드리가 TSMC 대비 열위에 있다는 건 시장이 이미 가격에 박아 넣었다. 레거시 병목이다. 다 안다. 그런데 2030년 기준 생산 능력 경쟁에서 ASML 장비 도입 속도가 변수가 된다면, 지금의 저평가는 미래 가산점의 씨앗이 된다.

HBM4 조기 양산은 더 짧은 시계에서 돌아간다. 전영현 부회장 체제의 승부수는 AI 메모리 공급 병목 상황에서 납기를 앞당기는 것이다. 엔비디아 공급망에 이미 진입한 상태에서 HBM4 양산 시점을 경쟁사보다 먼저 가져가면, 6~12개월 내 수주 구조가 뒤집힐 수 있다. 이건 현재 주가에 완전히 반영된 시나리오가 아니다.

ByteDance 수주—구원투수인가, TSMC의 잔반인가

ByteDance 물량이 삼성 파운드리로 향한다는 기대감이 시장 일각에 깔려 있다. 냉정하게 쪼개보면 두 가지 경우다. ByteDance가 삼성의 기술력을 보고 택한 건지, TSMC 선단 공정 대기열이 가득 차서 밀려온 건지. 전자면 파운드리 경쟁력 회복 신호. 후자면 TSMC가 소화 못 하는 물량을 받아 먹는 구조다. 후자가 틀린 건 아니지만 그걸 ‘주도권 탈환’으로 포장하면 서사 과잉이다. 수주 자체는 실적에 기여한다. 다만 가격 결정력을 수반하는지는 별개 문제다.

고환율 국면도 함정이 있다. 환율이 오르면 달러 매출의 원화 환산액이 느는 건 맞다. 그런데 삼성전자가 달러 1을 벌어오는 데 드는 비용 구조가 TSMC나 엔비디아 대비 얼마나 효율적인지를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단위 달러당 수익성 자체가 개선되지 않는 상태에서 고환율이 이익을 부풀려주면, 환율이 내려오는 순간 실적의 실체가 드러난다. 지금 고환율은 삼성의 달러 수익 효율이 구조적으로 낮다는 약점을 일시적으로 가려주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이게 이 종목의 가장 취약한 가정이다.

성과급 한도 폐지 논의는 비용 증가 위험으로 읽힐 수 있지만, 반도체 전쟁에서 인재 이탈이 기술 이탈로 이어진다는 걸 경영진이 인식했다는 신호다. 중소기업 상생형 스마트공장 지원도 겉으로는 사회공헌이지만, 부품 생태계 내재화를 통한 공급망 통제력 강화 측면이 있다. 이런 구조적 투자들은 분기 실적에 안 잡힌다. 그래서 시장은 항상 늦게 반영한다.

176,300원은 3월 고점을 기억하는 사람에게는 손실이고, 3월 19일 저점 173,500원을 기억하는 사람에게는 아직 바닥이 아니다. 기술 주기, 파운드리 반전, HBM4 시점—세 개의 촉매가 동시에 작동하는 구간이 6~12개월 내 열릴 수 있다. ByteDance 수주가 진짜 경쟁력의 증거인지, TSMC 줄에 못 낀 고객들의 대기열인지는 계속 따져봐야 하지만, 세 촉매가 겹치는 타이밍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TSMC의 남은 밥을 먹는다는 것은, 이미 잔치가 벌어진 방에 들어섰다는 뜻이다. 상석으로 자리를 옮기는 건 그다음 문제다.

176,300원이 바닥인지 중간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이 가격에서 세 개의 촉매를 동시에 무시하려면 상당한 확신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