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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 이후의 첫 시험대: 유가 급등과 중동 리스크

합병이 완성된 직후, 가장 불편한 청구서가 날아들었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을 마무리하고 국내 항공 시장의 실질적 지배자로 올라선 시점에, 국제 유가는 2026년 3월 12일 하루 만에 배럴당 10.34달러가 치솟아 118.39달러를 기록했다. 전일 대비 상승률만 9.57%. 시장 지배력을 확보한 바로 그 순간, 외부 비용 충격이 통합 항공사의 수익 구조를 정면으로 압박하기 시작했다.

항공유는 대한항공 전체 영업비용의 25~30%를 차지하는 단일 최대 비용 항목이다.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오르면 연간 수천억 원 규모의 비용 증가로 직결되는 구조인데, 대한항공이 아시아나 통합 이후 규모의 경제를 통해 비용 효율화를 도모하려던 계산식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노선 통합과 스케줄 최적화로 절감하려 했던 비용이, 연료비 급증 앞에서 상쇄되거나 오히려 역전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물론 반론도 있다. 유가 급등은 대한항공만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항공사 전체가 직면한 환경이고, 오히려 통합으로 몸집이 커진 대한항공이 연료 구매 협상력이나 헤지 전략에서 상대적 우위를 가질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단기 유가 변동성이 곧바로 구조적 수익성 훼손으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엔 이른 면이 있다.

그나마 내부에서 긍정적인 신호가 잡히고 있다.

같은 날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기내 서비스 사업을 사모펀드 한앤컴퍼니로부터 재인수하며 기내서비스 내재화를 공식 완료했다. 과거 외주화로 단기 비용을 줄이려 했던 영역을 다시 품 안으로 가져온 건데, 이건 단순한 자산 재편이라기보다 경영진의 의지 표현에 가깝다. 서비스 품질을 직접 통제하겠다는 것이니까. 아시아나 승객들을 대한항공 브랜드 경험 안으로 자연스럽게 흡수하려면, 기내 서비스의 균질화가 빠질 수 없는 과제다.

다만 중동발 불확실성은 비용 문제를 넘어 수요 자체를 건드리고 있다. 2026년 3월 12일 보도된 “중동전쟁 나비효과로 인도·동남아 호텔이 셧다운되고 있다”는 소식은, 분쟁의 여파가 아시아 전반의 여행 수요 위축으로 번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한항공 노선망에서 중동 경유 및 관련 지역 노선이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수요 감소와 운항 조정 가능성은 현실적인 리스크다. 통합으로 노선 조정의 유연성이 커진 건 맞지만, 특정 지역 리스크에 노출된 절대적 규모도 함께 확대됐다는 점은 좀 불편한 진실이긴 하다.

독점에 가까운 시장 지배력이 반드시 수익성 보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건 항공 산업의 오래된 교훈이다. 유가와 지정학적 리스크는 어떤 항공사도 시장 점유율만으로 헤지할 수 없는 외생 변수다. 대한항공이 진정한 통합의 과실을 거두려면, 내재화 전략과 노선 효율화를 외부 충격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밀고 나가야 한다.

거대한 통합 항공사가 된 지금이야말로, 규모가 주는 안정감이 아니라 구조적 체력을 증명해야 할 시점이다. 그리고 그 체력이 갖춰진다면 — 아마 갖춰질 가능성이 꽤 있다고 보는데 — 유가 충격은 일시적 비용이지 구조적 위기는 아닐 수 있다. 국내 유일의 메가 캐리어가 된 대한항공이 이 시험대를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 오히려 통합의 진짜 가치가 드러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