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ONEXPERT a view, not a verdict.

TSMC 53조, ETF는 33,680원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나스닥은 저평가다. TSMC가 분기 역대 최대 매출을 찍었다. 파운드리 수요는 꺾이지 않았다. ETF 가격은 아직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35.1%. TSMC 1분기 매출 증가율이다. 53조 원. 분기 기준 전례 없는 숫자다. AI 칩 수요가 파운드리 외주를 먹여 살리고 있다. 내재화 우려, 규제 불확실성. 전부 있다. 지금 TSMC의 공장 가동률은 그 우려를 비웃는다.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나스닥은 4월 10일 33,680원에 마감했다. 2월 28,985원. 3월 31,570원. 4월 33,680원. 3개월 연속 상승. 16.2% 올랐다. TSMC 실적 발표 후에도 이 속도가 충분한지는 별개 문제다.

33,680원이 싼 이유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SOX는 엔비디아, TSMC, ASML, AMD 등 주요 반도체 기업을 담는다. TSMC 실적은 이 지수 구성 종목들의 수익성을 직접 반영한다. TSMC가 35.1% 성장하면, 그 매출의 수혜자는 팹리스 고객사다. 엔비디아가 설계한 칩을 TSMC가 찍어낸다. 엔비디아의 매출은 TSMC의 수주 잔고다. 순환이 닫혀 있다.

33,680원이 정당화되려면 SOX 편입 기업들의 이익 성장이 지속되어야 한다. TSMC 1분기 실적은 그 조건 중 하나를 충족시켰다. 2분기 이후 AI 칩 발주가 유지되는지는 아직 미확인이다. TSMC의 실적 성장은 AI 인프라 확장에 따른 구조적 우상향이다. 그 불확실성이 현재 가격에 녹아 있다면, 33,680원은 할인된 가격이다.

한국 투자자가 이 ETF를 살 때 원·달러 환율이 개입한다. 원화 강세는 달러 자산 ETF 가격을 누른다. 환율 방향에 따라 실질 수익률이 달라진다. 반도체 펀더멘털과 별개로 작동하는 변수다.

앤트로픽이 칩을 만들면

앤트로픽이 자체 AI 칩 설계를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팹리스 기업이 직접 칩을 설계하기 시작하면 파운드리 고객사가 다변화된다. TSMC 입장에서는 엔비디아 의존도가 낮아지는 구조다. 단가 협상력이 분산되는 신호일 수도 있다.

이 시나리오가 TSMC 매출을 훼손하려면 조건이 있다. 앤트로픽의 자체 칩이 엔비디아 GPU를 실질적으로 대체해야 한다. 대체 속도가 AI 수요 성장 속도보다 빨라야 한다. 두 조건이 동시에 충족될 가능성은 없다. 앤트로픽은 여전히 클라우드 업체를 통해 엔비디아 칩을 쓴다. 자체 칩 설계는 3~5년짜리 프로젝트다.

미·중 반도체 규제 확대는 다른 결이다. 첨단 공정에서 범용 장비로 규제가 번지면, TSMC의 중국향 매출이 압박을 받는다. 중기 리스크다. 단기 실적에 반영되지 않았다. 2분기 가이던스에서 이 변수가 얼마나 언급되느냐가 실제 신호다.

35.1%를 다시 보자.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 분기 기준 역대 최대. 반도체 섹터에서 “역대 최대”는 흔한 수식어가 아니다. 사이클 업황과 구조적 성장이 겹쳐야 나온다. 2021~2022년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무너질 때 TSMC는 선방했다. 지금은 메모리가 아니라 AI 로직 칩이 성장을 끌고 있다. 메모리 사이클처럼 급격히 꺾일 이유가 덜하다. 35.1%에서 10%포인트 빠진다고 가정해도 25.1%. 여전히 두 자릿수 성장이다. SOX 편입 기업들의 밸류에이션이 그 속도에 맞춰 재정렬될 여지가 있다.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나스닥이 3개월 연속 오른 건 사실이다. 추세가 TSMC 실적으로 확인됐다. 확인되지 않은 것은 이 속도가 2분기에도 유지될 조건들이다. 가장 취약한 가정은 AI 칩 발주가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는 전제다. TSMC의 1분기 성장은 이미 가격에 반영됐고, AI 칩의 지속적인 공급 우위는 아직 반영되지 않았다. 그 간격이 기회다.

AI 버블을 걱정하면서도 엔비디아 주식을 팔지 않는 사람이 많다. 그게 사실 제일 정직한 포지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