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ONEXPERT a view, not a verdict.

112달러가 바꾼 판도

2월 14일, WTI는 74.5달러였다. 8주 뒤 112.1달러. 50%가 넘는 수직 상승이 두 달 안에 완성됐다. 그 사이 S-Oil 주가는 111,400원 선에서 버텼다. 폭등도 아니고 폭락도 아닌. 이상한 평정심.

이 평정심이 저평가의 증거다.

정제마진이라는 구조

정제마진은 원유를 사서 제품으로 팔 때 남는 마진이다. 단위는 배럴당 달러. 원유가 오를 때 제품 가격이 더 빠르게 오르면 마진이 확대된다. 지금 국면이 정확히 그 구조다. 공급이 막힌 채로 수요는 살아있다. 휘발유·항공유·경유의 가격은 원유보다 먼저 반응한다.

S-Oil의 사업 구조는 이 시나리오에 직접 노출돼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화학 부문이 손익을 분산시킨다. HD현대오일뱅크는 정유 비중이 높지만 상장 유동성이 제한적이다. S-Oil은 다르다. 순수 정유 중심. 정제마진이 오를 때 가장 큰 숫자가 영업이익에 직접 찍힌다. 헤지 없는 노출. 방향이 맞으면 그게 강점이 된다.

74.5달러에서 112.1달러. 상승폭 37.6달러는 단순한 가격 이동이 아니다. 정제 시설 가동률이 한계에 도달하며 발생하는 구조적 상승의 성격이 짙다. WTI가 30달러 이상 단기 급등한 구간은 2008년, 2011년, 2022년 세 번뿐이었다. 세 번 모두 정유사 영업이익은 분기 기준 두 배 이상 뛰었다. 네 번째 구간에 진입했다면—주가는 그 영업이익 개선을 아직 반영하지 않은 위치다. WTI가 10% 더 움직여 123달러를 찍으면. 정제마진 민감도가 높은 S-Oil의 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다시 상향 조정 압력을 받는다.

중동 의존도라는 변수

조용히 쌓이는 문제가 있다. 국내 정유사들의 중동 원유 의존도는 여전히 70%를 웃돈다. 지정학적 위기가 호르무즈 해협을 압박하는 국면에서, 이 숫자는 수익성 강화 논거와 정반대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 원유를 제때 못 사면. 높은 제품 가격도 의미 없다.

S-Oil의 최대 주주는 사우디 아람코다. 지분율 63.4%. 리스크처럼 보이지만 뒤집으면 다르다. 아람코는 공급 우선순위를 자회사에 준다. 중동 공급망이 흔들릴 때, S-Oil이 가장 마지막으로 물량 부족을 경험하는 구조다. 경쟁사가 현물 시장에서 웃돈 주고 원유를 살 때. S-Oil은 장기 계약 물량을 받는다.

이 논거가 틀릴 수 있는 조건도 명확하다. 첫째, 유가 급등이 수요 파괴로 이어지면 정제마진은 역방향으로 간다. 항공유 수요가 꺾이고 경유 소비가 줄면, 제품 가격이 원유보다 먼저 빠진다. 둘째, 전쟁 확전이 아람코 생산 시설을 직접 타격하면 S-Oil의 공급 우위는 순식간에 공급 위기로 전환된다. 셋째, 한국 물가가 유가 충격을 흡수 못 하면 내수 소비가 꺾인다. 정유 내수 판매 마진이 별도로 압박받는다. 세 조건 중 하나만 현실화돼도 지금의 논거는 절반이 무너진다.

주가는 2월 대비 제자리다. 유가는 50% 올랐다. 이 간극이 좁혀지는 방향이 어디인지. 정제마진 개선이 분기 실적으로 확인되는 순간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 아직 아무도 베팅을 끝내지 않았다.

112.1달러. 이 숫자가 일시적 과열인지 새로운 균형점인지는 모르겠다. S-Oil 주가가 이 숫자를 아직 모른 척하고 있다는 건 확실하다. 원유 재고평가이익은 이미 시장이 인지하고 있으나, 정제마진의 구조적 레벨업 효과는 아직 반영되지 않았다.

사우디 아람코가 63% 지분을 들고 있는 회사에 원유 공급망 불안을 이유로 매도하는 건, 본사가 자기 집에 불 지른다는 가정이다.

[주가가 유가를 무시하는 시간은 길지 않다. 실적 시즌이 그 간극을 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