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I가 111.2달러까지 올랐다. LG화학 주가는 317,000원. 1월 고점 대비 24%가 빠진 자리. 유가가 오르면 정유주는 웃고 석유화학주는 울어야 하는 도식이 틀린 건 아니다.
절반만 본 거다.
나프타 원가 부담은 실재한다. 석유화학 부문의 스프레드, 즉 판가와 원재료 가격의 차이는 고유가 국면에서 구조적으로 압박을 받는다. LG화학도 예외가 아니고, 차량 5부제 같은 에너지 절감 조치는 그 압박이 현장까지 내려왔다는 신호다. 숫자를 미화할 이유는 없다.
눌린 구간의 구조
3개월 주가 흐름을 다시 보면: 328,500원 → 354,000원 → 311,000원 → 317,000원. 2월에 한 번 올랐다가 3월에 무너졌고, 4월 들어 바닥 근처에서 소폭 반등했다.
317,000원. 1월 시작가 328,500원보다 낮다. 유가가 급등한 기간 동안 주가는 원점 아래로 돌아왔다. 석유화학 부문의 원가 부담이 선반영된 건지, 배터리 소재 부문의 성장 기대까지 같이 할인된 건지를 구분해야 한다.
전자라면, 배터리 소재 가치는 지금 가격에 제대로 포함되지 않은 상태다.
10% 상승, 즉 348,700원 회복만으로도 시장은 이 구분을 인식하기 시작한다는 신호가 된다. 10% 추가 하락이면 285,300원 선. 그 구간에서는 밸류에이션 논쟁이 아니라 수급 문제다.
롯데케미칼을 비롯한 순수 석유화학 종목들도 같은 고유가 압박을 받고 있다. 차이는 포트폴리오다. LG화학은 석유화학 외에 양극재 중심 배터리 소재와 친환경 소재 사업을 함께 가지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유가 충격을 고스란히 맞는다. LG화학은 석유화학 마진 악화를 다른 부문에서 일부 상쇄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라는 단서가 붙는다. 주가는 아직 그걸 믿지 않는다.
선반영과 촉매 사이
유럽 전기차 보조금 축소 움직임은 조용하지만 무시하기 어렵다. 양극재 수요는 전기차 보급 속도에 직결된다. 유럽 수요가 꺾이면 LG화학의 배터리 소재 부문 성장 이야기에 균열이 생긴다.
이게 핵심 논거가 틀릴 수 있는 조건이기도 하다. 유럽 보조금 축소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거나, 미국 IRA 관련 수혜 구조가 변동되거나, 유가가 120달러를 돌파해서 석유화학 스프레드가 구조적으로 망가지면 — 지금의 저평가 논리는 그냥 틀린 게 된다.
석유화학의 부진은 경기 순환적 요인이다. 배터리 소재의 성장은 구조적 변화의 영역이다. 같은 잣대로 재면 안 된다.
6~12개월 시계에서 볼 촉매 하나. 유가 정점 이후 나프타 가격 안정화 시점이다. 고유가가 영원히 지속된다고 보는 시각은 드물다. 유가가 꺾이는 순간 석유화학 원가 부담 완화와 배터리 소재 성장 기대가 동시에 재부각된다.
317,000원은 석유화학 악재는 반영됐고, 배터리 소재 성장 가치는 아직 반영되지 않은 가격처럼 보인다.
KOSPI가 5,450 수준에서 버티고 있는 것도 변수다. 지수 전반이 흔들리면 개별 종목의 저평가 논리는 힘을 잃는다.
차량 5부제로 원가를 아끼는 회사가 양극재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래도 시장이 두 사업부를 구분하지 않고 통째로 할인한 가격이라면, 그 혼동 자체가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