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ONEXPERT a view, not a verdict.

경쟁사가 먼저 흔들렸다

영풍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고려아연과의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되는 동안, 영풍의 영업 기반 자체가 약해지고 있다는 점을 먼저 짚어야 한다. 제련업이라는 동일한 사업 구조 위에서, 두 회사의 궤적은 상당히 다른 방향으로 벌어지고 있다. 분쟁의 소음 속에서 이 간극이 잘 보이지 않을 뿐이다.

영풍의 석포제련소는 환경 규제 리스크와 가동률 문제를 복합적으로 떠안고 있다. 제련업에서 가동률이 내려가면 고정비 부담이 영업이익을 직격한다. 이 구조는 단순하지만 파괴력이 크다.

한국은행 ECOS 기준 2025년 3월 총 수출금액지수가 133.4로 견조하게 유지되는 매크로 환경에서도, 가동률 하락을 겪는 제련소는 그 흐름을 영업이익으로 전환하지 못한다. 영풍이 이 구간에서 실질 마진을 방어하고 있는지는 공개된 지표만으로도 의문이 생긴다.

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전제하는 것들

고려아연 이야기는 여기서 시작된다. 컨센서스 기준 올해 영업이익은 3,589억 원, 내년에는 5,694억 원으로 제시되어 있다. 약 59% 확대다. 지난 4월 초 글에서 한화의 고려아연 지분 매각 가능성을 오버행 리스크로 짚었는데, 그 이후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되며 수급 우려가 일부 완화된 흐름이 확인됐다. KRX 기준 4월 15일 유가증권시장 외국인 순매수가 5,438억 원을 기록하며 시장 전반의 투자 심리가 회복되는 구간과 맞물린 결과로 보인다. 오버행 우려 자체가 일시적 노이즈였다는 쪽으로 시장이 판단을 내리고 있는 셈이다.

이 59% 영업이익 증가 전제가 유지되려면 무엇이 참이어야 하는가.

현재 주가수익비율 43.10배는 시장이 이 수준의 이익 성장을 아직 충분히 가격에 반영하지 않았다는 신호일 수도 있고, 기대치를 과도하게 선반영한 결과일 수도 있다. 내년 주당순이익 컨센서스 62,823원 기준으로 환산하면 주가수익비율은 26.42배까지 내려온다. 어디서 끊어 읽느냐에 따라 밸류에이션 판단이 완전히 달라지는 구간이다.

영업이익 3,589억 원을 구성하는 변수를 분해해보면 구조가 좀 더 선명해진다. 제련 마진은 크게 세 축으로 움직인다. 글로벌 제련수수료(TC), 가동률, 제품 믹스. TC는 광산 공급과 제련 수요 간의 타이트함에 따라 결정되는 수익지표인데, 이것이 두 자릿수 폭으로 떨어지면 제련업 전반의 영업이익률이 직접적으로 압박받는다. 반대로 가동률이 올라가면 고정비 배분 효과로 마진은 비선형적으로 개선된다. 수출금액지수 133.4가 의미 있는 이유가 여기 있다. 물동량 자체가 늘어나면 같은 고정비를 더 많은 생산량에 나눠 떨어뜨릴 수 있다.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달성되려면 가동률과 TC 중 적어도 하나는 현재 수준을 방어해야 한다.

경상수지 흑자와 마진 간극이 교차하는 지점

같은 비철금속 제련업에서, 고려아연이 영풍 대비 우위를 갖는 지점은 제품 포트폴리오 다양성과 2차전지 소재 전환에서 나온다. 단순 아연·연 제련에 국한된 수익 구조와, 인듐·니켈·황산니켈 등 고부가가치 제품군을 병행하는 구조는 TC 변동성 충격을 흡수하는 완충력이 다르다. 영업이익률이 어떤 환경에서도 절대적으로 방어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TC가 하락하는 구간에서도 제품 믹스로 일정 부분 상쇄할 수 있다는 구조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한국은행 ECOS 기준 2025년 3월 경상수지 9,583백만 달러 흑자는 고려아연에게 직접적인 수혜라기보다 간접적인 환경 조성에 가깝다. 해외 설비 투자를 진행 중인 기업 입장에서, 원화 환율이 급격히 흔들리지 않는 환경은 실질 자본비용을 안정화시킨다. 가공서비스수지 적자 499백만 달러가 부담 변수로 남아 있지만, 이 수치가 고려아연의 원가 구조를 직격한다는 연결 고리는 명확하지 않다.

시장이 놓치고 있을 가능성이 있는 변수는 설비 투자 확대 국면에서의 영업이익 탄력성이다. 대규모 자본지출이 집중되는 시기에 영업이익이 눌리는 것은 구조적으로 당연하다. 자산총계가 203,957억 원에서 215,727억 원으로 증가하는 흐름 속에서, 이 자산이 실제로 영업이익으로 전환되기 시작하는 시점의 가격 반영이 아직 불충분할 수 있다.

주가순자산비율 3.10배는 현재 자산 대비 프리미엄이지만, 자산의 질적 전환이 이뤄지면 그 프리미엄의 의미 자체가 달라질 여지가 남아 있다.

이 논거가 틀리려면, 경영권 분쟁이 봉합되지 않은 채 의사결정 속도가 느려지고 설비 투자 일정이 지연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되어야 한다. 자본총계 111,842억 원 대비 부채총계 92,115억 원이라는 재무 구조는 금리 환경에 무감각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TC가 예상보다 빠르게 하락하는 흐름까지 겹치면, 컨센서스 영업이익 3,589억 원이 지켜지지 않을 수 있다.

향후 2~3분기 동안 수출 물동량 확대와 제품 믹스 개선이 동시에 유지된다면,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방어 가능하고 내년 5,694억 원으로의 확대 경로도 열려 있다. TC가 두 자릿수 하락하거나 경영권 분쟁이 설비 투자 집행을 다시 교란하면 이 전제는 깨진다.

영풍 영업이익 추정치를 나란히 놓는 비교는 여기서 하지 않는다. 가동률 리스크를 안고 있는 경쟁사와, 제품 다각화로 그 변동성을 일부 흡수할 구조를 갖춘 회사가 같은 제련업이라는 이름으로 묶이기는 어렵다.

주가수익비율 43.10배가 내년 26.42배로 수렴하는 속도를, 지금 주가가 얼마나 담고 있는지. 그 답은 TC와 가동률이 먼저 내놓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