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목표가까지 36.2% 상승 여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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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쇼핑의 백화점 부문이 먼저 흔들렸다. 내수 소비 침체와 고환율이 겹치면서 오프라인 유통 채널 전반에 방문객 수 압박이 가해졌고, 롯데백화점은 체험형 콘텐츠 확대와 팝업스토어 밀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대응해왔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강남점과 센텀시티를 중심으로 국내외 팝업 유치에 공을 들였지만, 이 전략이 영업이익률을 실질적으로 방어했는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체험형 콘텐츠가 객단가(방문객 1인당 구매액)를 끌어올리지 못하면, 유입은 늘어도 수익 구조는 그대로다.
공통된 문제는 단순하다. 백화점은 유입을 만들어도 구매 전환 효율이 떨어졌고, 20~30대가 팝업을 보러 오지만 지갑은 열지 않는다. 이 세대가 백화점의 핵심 소비층으로 진입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고, 그 시간 동안 기존 핵심 고객층인 40~50대의 소비 여력이 버텨줘야 한다. 롯데와 신세계 모두 이 구조적 전환 비용을 치르고 있다는 점에서, 현대백화점만의 문제가 아니다.
현재 백화점업계의 수익성 둔화는 일시적 불황을 넘어선 구조적 변화의 과정이다.
로블록스 협업과 FY2025 영업이익 999억 사이의 거리
현대백화점이 로블록스와 손잡고 4개 점포에서 릴레이 팝업스토어를 운영한다. 이 뉴스가 나왔을 때 주가는 90,200원 근방에 머물고 있었고, 3개월 고점인 115,000원 대비 약 21.6% 아래다. 현재 주가가 전제하는 조건을 역산하면, FY2025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 999.5억원이 그대로 실현되더라도 주가수익비율(PER) 7.93배에 불과하다. 시장이 현대백화점에 성장 기대치를 거의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FY2025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 999.5억원은 전년인 FY2024 실적 1,293.4억원 대비 약 22.7% 감소한 수준이다. 이 하락 폭을 구성하는 변수를 떼어놓고 보면 고정비 부담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오프라인 백화점은 임차료, 인건비, 유지보수비 등 고정비 비중이 높아서 매출이 조금만 빠져도 영업이익이 가파르게 떨어진다.
분기별 매출을 보면 FY2025 1분기 10,803억원, 2분기 10,103억원, 3분기 10,417억원, 4분기 10,196억원으로 연간 합계는 약 41,519억원 수준이다. 전년도 연간 매출 42,075억원과 비교하면 약 1.3% 감소에 그쳤다. 매출은 거의 빠지지 않았는데 영업이익이 22.7% 줄었다면, 비용 구조 어딘가에서 수익성이 심각하게 훼손됐다는 의미다. 팝업스토어 운영 비용, 체험형 콘텐츠 유치 비용, 리모델링 투자가 쌓이면서 이 갭이 벌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로블록스 협업이 이 갭을 좁히는 데 직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가. 단기에는 어렵다. 로블록스는 글로벌 이용자 기반이 탄탄한 게임 플랫폼이고, 10대와 20대 초반에서 인지도가 높다. 해당 연령대의 백화점 방문 빈도를 끌어올리는 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방문이 구매로 전환되지 않으면 영업이익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팝업스토어는 공간 임대 수익보다 집객 효과를 기대하고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 비용 대비 효율을 따지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이 협업을 단순 홍보 행사로 치부하는 것도 성급하다. 현대백화점이 4개 점포에서 릴레이 형식으로 운영한다는 건,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일정 기간에 걸쳐 브랜드 노출을 지속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릴레이 구조는 각 점포별로 유입 효과를 분산시키면서 누적 방문객 수를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시장이 이 협업에서 놓치고 있는 부분은 단기 집객이 아니라 2030 고객층의 현대백화점 브랜드 각인 효과다. 이 세대가 향후 2~3분기 안에 실질 소비층으로 전환될 가능성은 낮지만, 충성도의 씨앗이 심어지는 시점은 지금일 수 있다.
주가순자산비율(PBR) 0.39배가 담고 있는 것
현대백화점의 현재 PBR은 0.39배로, 자산 가치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시장이 현대백화점의 자산 효율성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으로 보고 있음을 반영한 수준이다. 부채비율을 보면 부채총계 49,391억원 대비 자본총계 63,107억원으로 약 78.3% 수준이다. 극단적으로 레버리지가 높지는 않다. 그렇다면 PBR 0.39배는 자산 건전성 문제보다는 수익 창출 능력에 대한 불신에서 나온 숫자일 가능성이 높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을 역산해보면, FY2025 연간 당기순이익 컨센서스 816.5억원을 자본총계 평균으로 나누면 약 1.3% 수준에 그친다. 자본을 투입해서 벌어오는 이익이 너무 작다는 의미다. 이 ROE가 의미 있는 수준으로 올라오려면, 영업이익이 999.5억원에서 정체되는 것이 아니라 반등 궤도에 올라서야 한다. FY2026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1,293.4억원으로 회복된다면 주당순이익(EPS)은 9,177원에서 11,377원으로 개선되고 PER도 현재의 7.93배에서 더 낮아진다. 이미 낮은 밸류에이션인데 이익이 회복되면 배수 확장(멀티플 리레이팅)이 일어날 여지가 생긴다.
환율 변수도 있다.
원/달러 환율이 1,469.63원에 머물고 있다는 점은 간과하기 어렵다. 고환율은 외국인 관광객의 국내 소비를 늘리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동시에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을 높여 국내 소비 심리를 억제한다. 이 두 효과가 상쇄되는 균형점이 어디인지는 지금 시점에서 단언하기 어렵다.
반대 시나리오를 짚어두어야 한다. 향후 2~3분기 동안 내수 소비 회복이 지연되고 로블록스 협업이 실질 구매 전환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FY2025 영업이익 컨센서스 999.5억원조차 하향 조정될 수 있다. 그 경우 현재 주가 90,200원도 버팀목이 약해진다. 분기 매출 흐름을 보면 FY2025 2분기 10,103억원이 저점이었는데, 이 수준이 반복되거나 더 빠진다면 고정비 부담이 영업이익을 더 끌어내릴 수 있다. 체험형 콘텐츠에 투입되는 비용이 매출 성장 없이 계속 쌓이는 구조라면, 수익성 개선의 시간표는 더 늦춰진다.
KOSPI 지수가 6,191.92를 기록하며 전일 대비 상승한 날, 현대백화점 주가는 90,200원에 마감했다. 지수가 오르는 날 백화점 주식이 제자리라는 건, 이 종목에 대한 시장의 온도가 얼마나 냉랭한지를 보여준다. 향후 2~3분기 동안 분기 영업이익이 FY2024 수준으로 회복되는 조짐이 확인되면 PBR 0.39배와 PER 7.93배는 재평가 논리를 얻는다. 로블록스 협업 자체보다는 그 협업이 객단가 개선으로 이어졌는지를 분기 실적에서 확인하는 것이 먼저다.
PBR 0.39배는 영업이익 회복이 전제되어야만 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