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ONEXPERT a view, not a verdict.

HD현대마린솔루션 1분기 영업이익 934억, 컨센서스가 놓친 구조 변화

애널리스트 목표가 범위
현재가 기준 평균 목표가 1.1% 높음
평균 ₩256,250
₩253,500
₩230,000
₩300,000
출처: 야후 파이낸스, 2026-04-24 기준
CRITICAL NUMBERS
현재가 ₩253,500컨센서스 타겟 ₩256,250 (+1.1%)매출 5,746억원영업이익 934억원USD/KRW 1481.4원
기준일: 2026-04-24

2026년 1분기, HD현대마린솔루션은 매출 5,746억원에 영업이익 934억원을 기록했다(야후 파이낸스 기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8.3%, 12.5% 증가한 수치다. 숫자 자체는 나쁘지 않다. 주목할 지점은 실적 발표 이후 주가의 반응이 아니라, 이 실적 안에서 시장이 충분히 읽지 못하고 있는 구조 변화다. 분기 한 장짜리 숫자로 보면 평범한 성장이지만, 매출 구성의 무게중심이 조용히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냥 넘기기 어렵다.

에프앤가이드 기준으로 보면, 선박 애프터마켓(AM) 부문 중 수출 비중이 2024년 73.7%에서 2025년 77.3%로 높아졌다. 수출 매출의 상당 부분이 달러로 청구된다는 점이 핵심이다. 원화가 달러당 1,481.4원 근방까지 밀린 국면(한국은행 ECOS 기준)에서, 같은 달러 매출이 원화 환산 시 훨씬 두꺼운 이익으로 내려온다. 원화 약세는 수출 기업한테 일종의 보이지 않는 마진 부스터인데, HD현대마린솔루션처럼 해외 서비스 매출 비중이 꾸준히 올라가는 구조에서 이 효과는 단기가 아니라 사이클 내내 누적된다. 이 환율 국면이 한두 분기에 끝날 성질인지는 단정하기 어렵다.

가격에 안 담긴 것들

오션와이즈 40척 계약과 안두릴 무인수상정 디지털 솔루션 적용, 이 두 건은 현재 주가에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고 본다. 단순 선박 수리나 부품 공급 계약이 아니라, 선박 운용 전반에 걸친 데이터 기반 유지보수와 자율운항 기술을 묶어서 파는 계약이기 때문이다. 선박 한 척에 한 번 납품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계약 기간 내내 반복 매출이 발생하는 구조다. 소프트웨어 쪽에서 쓰는 말로 표현하자면 “구독형 수익”에 가깝고, 제조업 멀티플이 아니라 서비스 멀티플로 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장은 아직 이 회사를 조선 기자재 업체 바구니에 넣고 보고 있는데, 그 분류 자체가 틀려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에프앤가이드 기준 분기 영업이익 흐름을 보면, 2025년 1분기 830억원에서 3분기 936억원까지 올라갔다가 4분기에 905억원으로 소폭 내려왔고, 이번 2026년 1분기에 934억원으로 다시 올라왔다. 절대치가 올라가면서 계단형 성장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잠정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984억원(에프앤가이드 기준)인 점을 고려하면, 실제 934억원은 이 수치를 약 5% 하회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년 동기 대비 12.5% 증가율을 이어가는 기저 체력은 훼손되지 않았다. 잠정 수치 대비 소폭 부진이 단기 실망 매물로 나올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그게 매도 이유가 되는지는 다른 얘기다.

현금흐름도 확인해봤다. 에프앤가이드 기준 2025년 영업현금흐름은 분기별로 982억원, 578억원, 832억원, 850억원 순으로, 연간 합산 시 3,000억원을 웃돈다. 이 규모의 현금이 꾸준히 들어오면서 기말 현금성 자산이 3,779억원(에프앤가이드 기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건, 이 회사가 숫자를 그럴싸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실제로 돈을 벌고 있다는 뜻이다. 장부 이익이 현금으로 전환되지 않는 기업이 얼마나 많은지 생각하면, 이 부분은 꽤 안심이 된다. 그리고 환율·수출 비중·현금전환이라는 세 변수가 동시에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 단일 요인 성장과는 결이 다르다.

중동 지정학 리스크 완화도 변수다. 호르무즈 해협 긴장이 고조됐던 국면이 완화되면서 유조선 항로가 정상화되고 선주들의 보험비용 부담이 줄어드는 흐름이 확인되고 있는데, 이게 HD현대마린솔루션한테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선주들 주머니 사정이 나빠지면 가장 먼저 줄이는 게 수리·개조·성능 향상 서비스다. 반대로 운임이 살아나고 현금이 들어오면 미뤄뒀던 유지보수 발주가 한꺼번에 터진다. 비슷한 공급망 위기 국면 이후에 MRO 수요가 급반등하는 패턴이 반복적으로 관찰됐다. 지금이 그 타이밍에 근접해 있다.

지난 4월 초 밸류업 점검 글에서 수익성과 지배구조 이행률에 합격점을 줬는데, 그 이후 주가가 147,900원(야후 파이낸스 기준)까지 밀렸다가 현재 253,500원까지 회복했으니 방향은 맞았다. 다만 그 저점에서 더 확신 있게 베팅하지 못한 건 솔직히 아쉽다. 오를 것 같다는 생각과 실제로 사는 행동 사이의 거리는 언제나 생각보다 멀다.

밸류에이션, 비싸 보이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에프앤가이드 기준 현재 주가 기준 PER은 154배다. 처음 보면 당연히 눈썹이 올라간다. 그런데 이 숫자를 이익 성장 속도와 같이 봐야 한다.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 기준으로 2026년 EPS는 7,748원, 이를 현재 주가에 대입하면 선행 PER은 약 33배 수준으로 내려온다. 피어 그룹인 HD한국조선해양의 현재 PER이 49배, 삼성중공업이 311배인 것과 비교하면(에프앤가이드 기준), 오히려 상대적으로 설명 가능한 수준이다. ROE 36.6%, 영업이익률 17.5%로 피어 대비 수익성 지표가 압도적이라는 점도 멀티플 프리미엄의 근거가 된다. 비싼 데는 이유가 있는 법이고, 그 이유가 일시적인지 구조적인지가 핵심이다. 구조적이라고 본다.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 기준 2026년 기본 시나리오는 매출 2.36조원, 영업이익 4,406억원, EPS 7,748원이다. 여기에 디지털 솔루션과 MRO 사업이 예상보다 빠르게 확대되는 시나리오를 붙이면 매출 2.83조원, 영업이익 5,287억원, EPS 9,298원까지 올라가고, 27배를 적용하면 내재가치가 251,046원 수준이다. 현재 주가와 거의 맞닿아 있는 수준이라 지금 당장 폭발적인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주장하기는 어렵다. 다만 이익 추정치 자체가 올라갈 수 있는 변수들이 아직 반영이 덜 됐다는 것이 핵심이다. 디지털 계약 단가와 반복 매출 구조가 숫자에 녹아드는 건 보통 2~3분기 뒤 일이다.

R&D 비중은 2024년 매출 대비 0.34%(에프앤가이드 기준)로 작은 편이다. 솔직히 이게 좀 걸린다. “지금 팔기 바쁜 국면”이라는 해석도 가능하지만, 디지털 전환을 주요 성장 동력으로 내세우는 회사가 R&D에 이 정도밖에 쏟지 않는다면 중장기 기술 경쟁력이 언제쯤 한계에 부딪힐지는 짚어둬야 한다. 지금 당장의 이익 성장을 가리는 리스크는 아니지만, 3~5년 뒤 그림을 그릴 때 빼면 안 되는 변수다.

논지가 무효화되는 조건은 이것이다.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 기준 2026년 영업이익 추정치 4,406억원을 2분기 연속 10% 이상 하회하거나, 디지털 솔루션 매출 비중이 전체의 10%를 넘지 못한 채 2026년 하반기를 맞이한다면, 이 글의 핵심 논거는 틀린 것으로 인정한다.

선박 한 척이 바다 위에 떠 있는 동안 누군가는 그 배가 언제 고장 날지 계산하고 있다. 그 계산을 가장 잘 하는 회사가 이 사이클에서 누구인지, 시장이 슬슬 알아채기 시작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