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분기, 셀트리온이 창사 이래 최대 분기 실적을 찍었다. 에프앤가이드 기준 매출 1조 1,450억 원, 영업이익 3,219억 원. 숫자만 보면 깔끔한데, 나는 이걸 보면서 오히려 다른 질문이 먼저 떠올랐다. “시장은 이걸 이미 다 알고 있는 건가, 아니면 아직 반절도 안 믿고 있는 건가.”
현재 주가는 202,500원이다. 야후 파이낸스 애널리스트 컨센서스 기준 목표주가 평균은 260,348원이다. 단순 괴리율로 보면 약 28.6%. 리포트 목표주가는 으레 낙관적이니 할인해서 보더라도, 이 갭이 단순히 숫자 놀음이 아닌 이유가 있다. 지금 시장이 셀트리온에 매기는 PER은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 기준 약 30배다. 합병 이후 구조 변화로 이익이 이제 막 실체화되고 있는 회사에, 아직 과거 이익 기반으로 할인율을 적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분기별 영업이익 추이를 보면 방향이 더 선명해진다. 에프앤가이드 기준 2025년 1분기 1,494억 원에서 시작해 2분기 2,425억 원, 3분기 3,014억 원, 4분기 4,752억 원으로 계단식 상승이다. 이 추세가 2026년 1분기 3,219억 원으로 이어졌다. 직전 분기보다 줄어든 숫자처럼 보이지만, 4분기는 연말 밀어내기가 반영된 계절성이 있다. 서정진 회장은 주주총회에서 “1분기 영업이익 3,000억 원대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매 분기 1,000억 원씩 성장해 연말에는 6,000억 원대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1분기 3,219억 원은 그 로드맵의 시작점으로 기대치에 정확히 부합한다.
이익의 질이 달라지고 있다
내가 이 회사를 지금 다시 들여다보는 이유는 단순히 실적이 잘 나와서가 아니다. 이익의 질이 바뀌고 있어서다. 에프앤가이드 기준 매출원가율이 2024년 52.7%에서 2025년 40.7%로 12%포인트 떨어졌다. 매출총이익률이 이만큼 뛴 건, 제품 믹스가 근본적으로 재편됐다는 신호다. 실제로 에프앤가이드 사업 부문 데이터를 보면 바이오의약품 매출 비중이 2022년 69.7%에서 2025년 93.3%까지 올라왔다. 마진이 낮은 케미컬 의약품은 같은 기간 30%에서 6.7%로 쪼그라들었다. 저마진 사업을 걷어내고 고마진 바이오 제품으로 포트폴리오를 리모델링한 셈인데, 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 이후 고원가 재고 소진이 완료되면서 이 전환의 효과가 이익에 본격적으로 투영되기 시작했다.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 등재 전략도 이 수익성 이야기의 핵심 축이다. PBM이란 미국 보험사와 제약사 사이에서 약가 협상과 처방 목록을 관리하는 중간자다. 여기에 등재된다는 건 단순히 약을 팔 수 있다는 게 아니라, 보험 환급이 보장된 처방 경로가 뚫린다는 의미다. 짐펜트라가 주요 PBM 선호의약품 목록에 꾸준히 진입하고 있고, 미국 소화기학회(DDW 2026)에서 유효성·안전성 데이터가 공개되며 학술적 근거도 쌓였다.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인 짐펜트라는 바이오시밀러와는 다른 카테고리로, 가격 경쟁이 아닌 임상 증거 경쟁을 하는 제품이다. 이 제품이 미국에서 처방 기반을 넓혀가면 단위 마진이 기존 바이오시밀러보다 높기 때문에, 매출 증가 속도가 이익 증가 속도를 밑도는 구조 — 즉 레버리지가 이익 쪽으로 기우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거시 환경도 이 시점에 유독 우호적이다. KOSPI가 7,000선을 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성장주 전반의 위험 프리미엄이 낮아졌고, 바이오 섹터도 이 흐름에 편승했다. 동시에 메디케어 어드밴티지 개정으로 저가 바이오시밀러 처방 확대가 가속화되고, 관세 리스크 1년 유예로 현지 생산 전환의 시간적 여유도 확보됐다. 정책이 시장을 열어주고 있고, 셀트리온은 그 문 앞에 제품을 쌓아두고 있는 형국이다. 고금리 기조와 지정학적 불확실성 속에서 시장이 성장주에게 ‘기대’가 아닌 ‘증명’을 요구하는 국면인데, 셀트리온은 매출과 이익 양쪽에서 그 증명을 분기마다 내놓고 있다. 이 점이 같은 바이오 섹터 안에서도 밸류에이션 방어력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핵심이다.
30배 PER이 눌린 숫자인 이유
에프앤가이드 기준 FY2026 컨센서스 EPS는 6,408원이고, 현재 주가 기준 PER은 약 30배다. 나는 이게 비싼 숫자가 아니라고 본다. 에프앤가이드 피어 데이터를 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PER 160배 수준이고, 알테오젠은 283배다. 셀트리온의 30배는 이 동네에서 상대적으로 눌린 숫자다. 영업이익률도 2025년 4분기(Q) 기준 35.7%로, 피어 그룹에서 알테오젠의 30%보다 높다. ROE는 분기(Q) 기준 12.5%로, FY2024 연간 5.9%에서 두 배 이상 뛰었다. 이익이 자본 대비 실질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는 방증이다.
낙관 시나리오로 가면 숫자가 더 커진다. 짐펜트라 성장과 PBM 확대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경우, FY2026 매출 6.6조 원, 영업이익률 35%, EPS 8,500원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경우 PER 45배 적용 시 적정주가는 약 382,500원 수준이다. 물론 이건 낙관 시나리오다. 기본 시나리오인 매출 5.3조 원, EPS 6,400원, 컨센서스 PER 30배를 적용해도 현 주가 대비 충분한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 서정진 회장이 “연간 분기당 3,500억 원 수준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밝힌 건, 1분기에 이미 3,219억 원을 찍었으니 보수적으로 말한 것처럼 들린다.
한 가지 더 눈에 띄는 건 매출 대비 R&D 비중이다. 에프앤가이드 기준 2022년 18%에서 2024년 12.2%로 낮아졌다. 나쁜 신호처럼 읽힐 수도 있는데, 나는 다르게 본다. 지금은 연구보다 판매가 앞서나가는 국면이다. 파이프라인을 쌓아놓고 팔 준비를 하던 회사가 이제 실제로 팔기 시작한 것이다. R&D 비중 하락은 효율화이지 투자 포기가 아니다. 오픈 이노베이션과 자체 연구를 결합해 신약 파이프라인을 체계적으로 확장하는 전략은 유지되고 있으며, 절대액 기준으로는 여전히 연간 수천억 원대를 투입하고 있다. 증권가에서 셀트리온이 단순 바이오시밀러 제조사를 넘어 종합 신약 개발사로 도약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내 논지가 맞는지 틀리는지를 가를 선행지표는 하나다. 짐펜트라의 미국 분기별 처방 건수 증가율이다. PBM 등재가 확대되고 DDW 데이터로 학술적 신뢰까지 확보한 상태에서, 이 숫자가 매 분기 두 자릿수 성장을 유지하는지 여부가 영업이익률 확장의 지속성을 직접적으로 결정한다. 처방 건수가 꺾이면 마진 레버리지도 꺾인다. 반대로 가속되면, 지금 시장이 매기는 30배 PER은 사후적으로 너무 싼 가격이었다는 결론이 나올 것이다.
시장은 항상 증명된 것만 뒤늦게 사준다. 셀트리온이 합병 이후 두 분기 만에 이렇게 빠르게 이익을 복구할 거라고 1년 전에 확신하던 사람이 얼마나 됐을지 생각해보면, 지금 “이미 다 올랐다”는 피로감도 어쩌면 같은 패턴의 반복일 수 있다.
매출액: 4.16조원 · 영업이익: 1.17조원 · 순이익: 1.03조원
컨센서스 EPS: ₩6,408 · PER: 30.4x · PBR: 2.32x · ROE: 12.5%
발행주식수: 221,938,261주
법인세율: 25% (한국 법정세율)
출처: 에프앤가이드, 야후 파이낸스 · 주가는 당일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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