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1990년대에 망가진 걸 보면서 “우리는 다르다”고 했던 나라가 한둘이 아니다. 스페인도 그랬고, 미국도 그랬다. 한국도 지금 그 말을 하고 있다. 서울은 공급이 부족하고, 교육 인프라가 집중되어 있고, 수요는 절대 꺾이지 않는다고. 솔직히 나도 한동안 그 논리를 반쯤 믿었다. 그런데 숫자를 오래 보다 보면 어느 순간 불편한 패턴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핵심은 간단하다. 집은 결국 사람이 사는 곳이다. 사람이 줄면 집이 남는다. 이건 이념이 아니라 산수다. 한국의 인구는 2055년까지 현재 5,170만 명에서 4,490만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통계청이 전망한다. 그 빈자리를 메울 이민 정책이 없는 한, 어딘가에는 반드시 빈집이 생긴다. 조선비즈 보도에 따르면 2040년까지 빈집이 239만 채, 2050년에는 324만 채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게 전체 주택의 13%다. 13%짜리 공실률을 가진 자산 시장이 지금 가격을 유지한다는 건, 마치 승객이 비는데 항공권 값은 오른다고 믿는 것과 같다.
더 불편한 건 이 변화가 이미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1인 가구 얘기를 해보자. 2020년에 전체 가구의 31.7%였던 1인 가구는 2023년 35.5%를 지나 2024년 말 기준 36.1%, 약 805만 가구가 됐다(통계청, 2025년 11월). 서울만 보면 2025년 기준 전체 가구의 40%에 육박한다(아나돌루통신, 2025년 9월). 이 숫자가 왜 중요하냐면, 1인 가구는 30평대 아파트가 필요 없기 때문이다. 소형 원룸이나 소형 아파트로 수요가 이동한다는 뜻이고, 그건 고가 주택의 수요 기반이 구조적으로 얇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전세 시스템의 균열도 같이 봐야 한다. 전세는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거액의 보증금을 맡기고 월세 없이 거주하는 한국 특유의 제도인데, 집값이 오르는 시절에는 집주인 입장에서 훌륭한 레버리지 수단이었다. 문제는 그 구조가 집값 상승을 전제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전세 사기로 인한 금융 피해가 2조 2,800억 원에 달했고(서울즈, 2024년), 2023년 상반기에는 세입자가 집주인을 상대로 보증금 반환을 요구하며 제기한 소송이 전년 대비 60% 증가했다(팩텀컨설팅, 2023년). 이게 우연이 아니다.
갭투자 — 전세 보증금을 끼고 적은 자기자본으로 집을 사는 방식 — 는 집값이 내려가는 순간 세입자가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는 구조다. 서울에서 갭투자 비중이 1년 만에 37%에서 21%로 쪼그라들었다는 보도(다음 뉴스, 2025년)는 이 모델이 이미 작동을 멈추고 있다는 신호다.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도 같은 맥락이다. 2020년까지만 해도 세입자의 70%가 전세를 선택했다. 그런데 2023년에 서울 임대차 거래에서 월세 비중이 60%에 육박했고, 2025년 1월부터 11월까지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에서 월세가 62.7%를 차지했다(조선일보 영문판, 2026년 3월). 그리고 2026년 3월에는 서울 아파트에서 월세가 전세를 추월했다. 전세 시스템이 대세이던 시절, 집주인들은 그 보증금으로 다른 집을 더 샀다. 그 레버리지의 연결고리가 끊어지고 있다는 건 전체 시장의 자금 순환 방식이 바뀐다는 뜻이다.
가격 대비 소득 비율(PIR)을 보면 그 부담이 더 선명해진다. PIR은 집값을 연간 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높을수록 집 사기 어려운 상태를 뜻한다. 2023년 6.3에서 2025년 2분기 기준 10.5까지 올랐다. 2024년 기준 1인 가구 평균 연소득은 3,423만 원이다(통계청, 2025년). 서울 중소형 아파트 가격을 이 소득으로 나눠보면, 월세로 전환하는 1인 가구가 집을 살 여력이 얼마나 되는지 직관적으로 나온다. 답은 “거의 없다”는 쪽에 가깝다.
일본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일본은 1986년부터 1991년까지 저금리와 투기 심리가 맞물려 도쿄·오사카 등 대도시 상업지 지가가 1985년 대비 300% 이상 올랐다. 그리고 금리가 오르자 무너졌다. 닛케이 지수는 1989년 말 38,957을 찍고 1992년까지 60% 빠졌고, 땅값도 같이 내려앉았다. 문제는 그 후가 더 길었다는 거다. 인구 고령화가 수요 회복을 막았고, 일본의 명목 GDP는 1995년 수준을 20년 넘게 벗어나지 못했다.
한국의 가계부채에서 주택 관련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나 전세 레버리지 구조는 당시 일본의 부동산 담보 대출 방식과 닮은 구석이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일본은 버블이 터진 뒤 인구가 줄었고, 한국은 버블이 아직 있는 상태에서 인구가 먼저 줄고 있다는 거다. 순서가 더 나쁘다.
반론도 있다. 서울의 주택 보급률은 2024년 기준 93.6%로 공급이 부족한 상태고(국토교통부, 2024년), 실제로 서울 아파트 가격은 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오른 구간이 있었다. 정부도 2030년까지 135만 호 공급 계획을 발표했고(코리아타임즈, 2025년 9월), 서울·경기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8만 호 추가 공급 방침도 있다(코리아중앙데일리, 2024년 8월). 공급이 이렇게 막혀 있으면 단기적으로 가격이 더 오를 수도 있다. 나는 그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는다. 오래 투자하다 보면 “맞는 방향인데 타이밍이 틀린”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뼈저리게 안다.
그럼에도 내가 장기 방향에 베팅하기 어렵다고 보는 이유는, 공급 부족은 정책으로 해결될 수 있지만 인구 감소는 정책으로 되돌리기가 극히 어렵기 때문이다. 합계출산율이 이미 0.7대로 추락한 나라에서 2040년 이후를 이야기하면, 지금 짓는 집들이 그때 가서 누구에게 팔리는지를 먼저 물어야 한다. 사이언스다이렉트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한국의 실질 주택 가격은 2035년 이후 하락세로 전환할 것으로 분석됐다. 2025년 인구 이동도 5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교도통신 영문판, 2026년 1월). 사람이 안 움직인다는 건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서울에서 역세권 신축 아파트 같은 특수한 자산은 다른 이야기일 수 있다. 수요가 몰리는 곳으로의 집중은 오히려 강화될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게 “한국 부동산 전반”이 괜찮다는 말이 되진 않는다. 전국 빈집이 수백만 채 생기는 동안 서울 한 블록만 버티는 시나리오는, 나머지 모든 지역의 집을 가진 사람에게는 끔찍한 이야기다.
만약 한국이 대규모 이민 정책을 도입하거나 출산율이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속도로 반등해서 2040년 이후에도 실질 가구 수가 유지된다면, 내가 틀린 것이다.
집값이 오를 때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이번엔 다르다”다. 일본에서도, 스페인에서도, 미국에서도 다 그 말을 했다. 다른 게 있다면, 한국은 그 말을 하면서 동시에 출생아 수 신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 역방향으로.